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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와 머신러닝이 로봇기술을 발전시키는 방식

by 원씽1000 2025. 11. 22.

머신러닝과 로봇기술

 

 

 

우리가 흔히 "똑똑한 로봇"이라고 부르는 것들의 뒤에 숨은 비밀은 무엇일까요? 아무리 정교한 하드웨어라도, 아무리 복잡한 알고리즘이라도, 결국 그것을 움직이는 것은 "데이터"입니다. 우리 인간도 경험으로 배우지 않나요? 한 아이가 성장하면서 셀 수 없이 많은 경험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듯이, 현대의 로봇들도 데이터라는 경험을 통해 배웁니다. 하지만 인간과 달리 로봇은 압축된 시간 안에 수백 년치의 경험을 쌓아야 하는 특별한 도전에 직면합니다. 이 글에서는 로봇이 실제로 어떻게 배우는지, 데이터와 머신러닝이 어떤 방식으로 로봇공학 발전의 핵심 동력이 되는지를 파헤쳐봅니다. 여기서 우리가 발견하게 될 것은 기술적인 복잡성보다는, 간단하지만 근본적인 원리들입니다.



1. 로봇은 데이터 없이 진화할 수 없다 - 머신러닝의 근본적 한계

먼저 솔직한 진실부터 말해야 합니다. 현재의 로봇은 데이터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과거의 로봇들은 엔지니어가 일일이 프로그래밍한 규칙을 따랐습니다. "이 높이에서 집어라. 그다음 저쪽으로 옮겨라." 이런 식의 하드코딩된 명령들이 있으면 로봇은 정확하게 작동했습니다. 하지만 환경이 조금이라도 바뀌면? 물건의 크기가 달라지면? 로봇은 혼란스러워했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머신러닝입니다. 머신러닝은 로봇에게 "규칙을 배우는 능력"을 줍니다. 즉,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데이터를 통해 답을 찾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깨달음이 있습니다. 머신러닝의 품질은 데이터의 품질에 완전히 의존합니다. 구글의 유명한 AI 과학자 앤드류 응(Andrew Ng)은 "훌륭한 모델은 훌륭한 데이터에서 나온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격언이 아닙니다. 현실입니다. 아무리 정교한 신경망 알고리즘도, 아무리 강력한 컴퓨팅 파워도, 잘못되거나 편향된 데이터로 학습하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마치 우리가 거짓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는 것처럼요. 예를 들어, 로봇에게 빨간 공만 데이터로 보여주고 주황색 공을 집으라고 명령하면 로봇은 혼란스러워합니다. 빨간색의 특징만 배웠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로봇이 다양한 환경에서 일반화된 능력을 가지려면, 다양한 상황, 다양한 색상, 다양한 물체가 담긴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는 숨겨진 비용이 있습니다. 로봇을 위한 고품질 데이터셋을 구축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됩니다. 실제 환경에서 로봇의 행동을 촬영하고, 그 영상에 일일이 라벨을 붙이고, 오류를 검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로봇이 물건을 집는 행동 1,000개를 학습시키려면, 누군가가 그 1,000개의 영상에 "이건 성공적인 집기", "이건 실패한 집기"라고 표시해야 합니다. 이는 엄청나게 노동집약적입니다. 이 문제가 현대 로봇공학이 직면한 가장 현실적인 도전 중 하나입니다. 기술의 진화는 이미 훨씬 앞서 나갔지만,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관리할 것인지의 문제는 여전히 산업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2. 세 가지 학습 방식의 전략적 활용 - 강화학습, 모방학습, 그리고 그 이상

로봇이 배운다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닙니다. 사실 현대의 로봇들은 여러 가지 다른 방식의 학습을 조합해서 사용합니다. 마치 우리가 책으로 배우기도 하고, 경험으로 배우기도 하고, 다른 사람을 보고 배우기도 하는 것처럼요.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두 가지가 강화학습과 모방학습입니다.

 

강화학습부터 설명해 봅시다. 이것은 가장 "자연스러운" 학습 방식입니다. 로봇이 어떤 행동을 취하고, 그 결과가 좋으면 보상을 받고, 나쁘면 보상을 받지 못합니다. 이 과정을 수천 번, 수만 번 반복하면서 로봇은 "어떤 상황에서 이 행동을 하면 보상을 받는다"는 패턴을 학습합니다. 유명한 예로 알파고가 있습니다. 알파고는 먼저 3,000만 개의 기존 바둑 기보를 학습했지만, 진짜 능력은 자신과 자신을 상대로 바둑을 두면서 강화학습으로 획득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파고는 인간이 수천 년에 걸쳐 터득한 바둑의 정석을 며칠 만에 배우고, 나아가 인간이 상상조차 하지 못한 새로운 전술까지 개발했습니다.

 

하지만 강화학습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샘플 효율성" 문제입니다. 로봇이 성공적인 행동을 찾기 전에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겪어야 합니다. 알파고는 며칠 동안 쉬지 않고 수백만 판을 둔 후에야 챔피언이 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로봇은 어떨까요? 만약 로봇이 물건을 집으려다 실패할 때마다 팔이 손상되거나 물건이 깨진다면? 부품 교체 비용이 천문학적 숫자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차가 강화학습을 통해 운전을 배우는데, 그 과정에서 사람을 다치게 한다면? 이것이 현실 세계의 로봇이 강화학습만으로는 발전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모방학습입니다. 모방학습은 훨씬 현실적입니다. 로봇에게 인간이 어떻게 작업을 수행하는지 보여주고, 로봇이 그것을 따라 하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 팔에 인간이 손을 붙이고 올바른 동작을 50번 정도 반복하면, 로봇의 AI는 그 패턴을 학습해서 혼자서 그 동작을 재현할 수 있습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위험성이 낮다는 것입니다. 성공적인 시연만 보여주기 때문에, 로봇이 위험한 시행착오를 겪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숨겨진 문제가 있습니다. 시연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러 시나리오, 여러 환경에서의 시연을 모두 수집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현대의 똑똑한 로봇들은 이 두 방식을 혼합해서 사용합니다. 모방학습으로 기본을 배운 후, 강화학습으로 더 정교하게 다듬는 식입니다. 또는 제한된 환경에서만 강화학습을 하고, 나머지는 모방학습으로 보충합니다. 이것이 바로 데이터 전략이 로봇공학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어떤 학습 방식을 선택할 것인지가 로봇의 성패를 결정합니다.



3. 시뮬레이션이 모든 것을 바꾸다 - Sim2 Real의 혁명

여기까지 읽으면서 당신은 아마도 한 가지 의문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실제 환경에서의 데이터 수집이 항상 불가능한데, 로봇은 어떻게 배울까?" 이것이 바로 2024년 이후 로봇공학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킨 기술이 있는 이유입니다. 바로 시뮬레이션입니다. 구체적으로는 "Sim2 Real(시뮬레이션에서 현실로)"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아이디어는 간단하지만 강력합니다. 로봇을 가상 환경에서 먼저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NVIDIA의 Isaac Gym이나 Google의 로봇 시뮬레이션 환경 같은 도구들을 사용하면, 엔지니어는 완벽하게 모사된 가상 세계에서 로봇을 학습시킬 수 있습니다. 이 가상 환경에서는 물리 법칙도 현실과 같고, 물체의 상호작용도 정확하게 모사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환경에서는 실패해도 돈이 들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가상 로봇이 가상 물건을 떨어뜨려도 아무 상관없습니다. 그냥 시뮬레이션을 재시작하면 됩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합성 데이터"라는 개념입니다. 시뮬레이션 환경에서는 무한에 가까운 양의 데이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NVIDIA의 연구팀은 예를 들어 650,000개 이상의 시뮬레이션된 장면을 자동 생성했고, 그 모든 것에 일일이 라벨을 붙였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코드 몇 줄만 수정하면 가능합니다. 이렇게 시뮬레이션에서 학습한 로봇을 실제 환경에 배포하는 것이 Sim2 Real입니다.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합니다. 시뮬레이션의 완벽성이 현실과 100% 같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물체의 마찰, 무게, 센서의 노이즈 등 현실의 세세한 변수들이 시뮬레이션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를 "시뮬레이션-현실 간극(Sim-to-Real Gap)"이라고 부릅니다.

 

이 간극을 극복하기 위해 연구자들은 '도메인 무작위화(Domain Randomization)'라는 기법을 사용합니다. 간단히 말해, 시뮬레이션 환경의 변수들을 계속 무작위로 바꿔가면서 학습시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체의 크기, 색상, 무게, 표면 재질 등을 매번 다르게 설정하면서 훈련합니다. 그러면 로봇이 극도로 일반화된 능력을 갖추게 되어, 실제 환경의 약간의 차이도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Boston Dynamics는 이 방식으로 4족 보행 로봇 Atlas를 훈련시켰고, 실제로도 완벽하게 작동했습니다. 이것이 현대 로봇공학의 현실입니다. 데이터의 대부분이 가상에서 생성되고, 그 데이터로 학습한 로봇이 현실에서 작동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비록 데이터의 대부분이 합성 데이터지만, 최종적으로 실제 환경에서의 성능을 높이려면 실제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현대의 로봇 개발 회사들은 시뮬레이션과 현실의 조합 전략을 씁니다. 먼저 시뮬레이션에서 기본을 배우고, 실제 환경에서 수집한 제한된 데이터로 미세 조정(Fine-tuning)을 합니다. 이 방식이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입니다. 비용도 낮추고, 시간도 단축하고, 안전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 데이터 없는 로봇의 미래는 없다

 

지금까지 우리가 살펴본 것은 간단합니다. 로봇이 똑똑해지는 과정은 결국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고, 그 데이터로 머신러닝 모델을 어떻게 훈련시키는지의 문제입니다. 이것은 기술적인 우아함의 문제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문제입니다. 현재 로봇공학 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병목은 알고리즘이나 하드웨어가 아니라, 바로 데이터입니다.

2024년부터 2025년 현재, 로봇 시장은 연간 154%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기술의 발전도 있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데이터 수집과 관리 방식의 혁신입니다. NVIDIA의 Project GR00T, Figure AI의 Helix, Google의 RT-2 등 최신 로봇 AI 시스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모두 대규모의 고품질 데이터로 훈련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들 회사는 수백 시간의 실제 로봇 시연, 수백만 개의 합성 데이터, 그리고 인간의 피드백 등을 모두 활용합니다.

앞으로 로봇공학 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 관리 능력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가, 어떻게 라벨을 붙일 것인가, 어떻게 검수할 것인가,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이러한 질문들에 대한 답이 앞으로의 로봇 개발사들을 가르고 나눌 것입니다. 우리가 이 글의 도입부에서 느꼈던 호기심, 로봇이 어떻게 배우는가라는 질문의 답은 결국 이것입니다. 로봇은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로, 우리가 설계한 머신러닝 알고리즘으로, 우리가 전략적으로 선택한 학습 방식으로 배웁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의 중심에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따라서 로봇 시대가 정말로 우리 앞에 도래하려면, 우리는 단순히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데이터 경제를 구축할 것인가라는 더 큰 질문과 마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