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이 우리 앞에 나타났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궁금해하는 건 뭘까요? "저게 정말 생각하는 건가?"라는 질문입니다. 우리가 로봇을 보며 느끼는 그 경이로움의 정체는 결국 로봇 내부에 들어있는 AI 기술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봇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어떤 AI 시스템이 그 움직임을 만드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마치 자동차의 엔진을 보지 못하고 달리는 것만 보는 것처럼 말이죠. 이 글에서는 로봇공학의 핵심을 차지하는 AI 기술 구조를 단계별로 해체하고, 현대의 가장 발전된 시스템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깊이 있게 설명합니다. 2024년 이후 급격히 변화하고 있는 이 분야를 이해하는 것이, 다가오는 로봇 시대를 준비하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1. 로봇이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 - 센서와 퓨전의 구조
로봇이 움직이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주변 세상을 감지하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은 눈과 귀, 코, 손가락을 통해 세상을 인식합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그 감각기관이 훨씬 정교하고 다양합니다. 현대의 고급 로봇들은 카메라, 라이다(LiDAR), 레이더, 음향 센서 등 여러 종류의 센서를 동시에 장착하고 있습니다. 왜 하나의 센서로 부족할까요? 그 이유는 현실 세계가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밤길을 운전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카메라만으로는 어둠 속에서 보행자를 제대로 감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라이다는 빛의 반사로 주변 물체까지의 정확한 거리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레이더는 안개나 비가 내릴 때도 작동합니다. 이렇게 여러 센서의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과정을 센서 퓨전이라고 부릅니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눈을 감고도 얼굴을 만져서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이유는 촉각 정보를 시각 정보와 통합하기 때문입니다. 로봇도 정확히 이렇게 작동합니다. 카메라에서 온 이미지, 라이다에서 온 거리 데이터, 음향 센서에서 온 소리 정보가 모두 하나의 신경망으로 흘러들어 갑니다. 이 신경망이 하는 일은 매우 흥미로운데, 단순히 정보를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카메라가 "저건 사람처럼 보인다"라고 인식하고, 동시에 라이다가 "그 위치에 움직이는 것이 있다"라고 감지하면, 신경망은 이 둘을 연결시켜 "움직이는 사람이다"라고 더 정확하게 인식합니다. 이런 정보 통합의 과정이 있어야만 로봇은 혼동 없이 세상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퓨전 없이 카메라 정보만 쓴다면, 그림자를 사람으로 오인하거나 반사된 이미지를 실제 물체로 착각하게 됩니다.
흥미로운 점은 센서가 많다고 해서 더 똑똑한 로봇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많은 기업들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것입니다. 센서에서 나오는 방대한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핵심입니다. 고품질의 센서 퓨전 알고리즘 없이는 많은 센서가 오히려 로봇을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현대의 고급 로봇들은 칼만 필터, 베이지안 추론 같은 통계적 방법론과 딥러닝 기반의 신경망을 결합하여 센서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합니다. 이렇게 통합된 정보가 바로 로봇이 세상을 "이해"하는 기초가 되는 것입니다. 이 단계가 없으면 아무리 발전된 제어 시스템도 제 역할을 할 수 없습니다. 마치 우리가 눈을 감고 있으면 아무리 큰 의지로도 정확하게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요.
2. 비전 언어 행동 모델 - 로봇 지능의 진화 과정
우리가 역사적으로 로봇을 만들었던 방식을 생각해 봅시다. 초기의 산업용 로봇은 반복적인 작업만 했습니다. 엔지니어가 정해진 경로대로 움직이도록 일일이 프로그래밍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마치 앵무새가 외운 말을 되풀이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2024년 이후, 이 상황이 급격하게 바뀌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VLA 모델입니다. VLA는 Vision-Language-Action의 약자로, 한국말로 풀어쓰면 "시각과 언어와 행동을 하나로 통합하는 모델"이라는 뜻입니다.
VLA가 이전의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이해하려면, 먼저 전통적인 로봇 제어 방식을 알아야 합니다. 과거의 로봇은 마치 릴레이 경주처럼 작동했습니다. 첫 번째 선수가 카메라 이미지를 처리해서 "앞에 장애물이 있다"라고 인식하면, 두 번째 선수가 그 정보를 받아 "피해야 한다"라고 판단하고, 세 번째 선수가 바퀴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계산합니다. 이런 방식은 정해진 순서대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각 단계 사이의 정보 손실이 불가피했습니다. 마치 전화 게임처럼 단계가 많을수록 원래의 의미가 왜곡되는 것처럼요. VLA 모델은 이런 과정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이제는 하나의 신경망이 카메라 이미지를 보면서 동시에 인간의 음성 명령을 이해하고, 바로 그 순간 로봇의 팔이나 다리를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를 직접 결정합니다. 이를 "엔드투엔드 학습"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입력에서 출력까지 중간 과정 없이 직접 연결된다는 뜻입니다.
구체적으로 이게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 봅시다. 구글 딥마인드의 RT-2나 Figure AI의 Helix 같은 최신 VLA 모델들은 세 가지 핵심 컴포넌트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째는 시각 인코더입니다. 이것은 카메라에서 들어오는 이미지를 초고차원의 벡터로 변환합니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기술이 바로 Vision Transformer(ViT)나 CLIP, DINOv2 같은 첨단 컴퓨터 비전 모델들입니다. 이들은 단순히 "이미지에 사과가 있다"는 수준의 인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속의 모든 시각적 관계, 공간적 배치, 물체들의 상호작용까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둘째는 언어 모델입니다. 로봇이 인간의 명령어를 받을 때, "저기 있는 빨간 사과를 바구니에 담아"라는 문장을 단순한 텍스트로 처리하지 않습니다. 대형 언어 모델(LLM)을 통해 이 문장이 담고 있는 의도, 맥락, 그리고 실행 가능한 목표까지 모두 이해합니다. 셋째는 행동 디코더입니다. 이것이 가장 마법 같은 부분입니다. 시각 정보와 언어 정보를 이해한 신경망이, 로봇의 팔이 정확히 몇 도 각도로 움직여야 하고, 그리퍼가 얼마나 세게 쥐어야 하는지를 직접 계산합니다. 마치 인간이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도 손으로 계란을 집을 때 자동으로 힘을 조절하는 것처럼요.
여기서 정말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최신 VLA 모델들은 대부분 두 가지 시스템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Figure AI의 Helix 모델의 경우, "System 2"와 "System 1"이라고 불리는 두 부분으로 나뉩니다. System 2는 느립니다. 초당 7~9번 정도만 작동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생각"을 담당합니다. 카메라 이미지를 받으면 "이건 뭐고, 저건 뭐이고, 우리의 목표가 뭔지" 깊이 있게 분석합니다. System 1은 매우 빠릅니다. 초당 200번 정도의 주기로 작동합니다. 이것은 System 2의 결정을 받아서 즉각적으로 로봇의 근육을 움직입니다. 이런 이중 구조가 왜 필요할까요? 인간의 뇌도 우리도 이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위험한 상황에서 팔을 재빨리 움직이는 것은 생각하기 전에 반사적으로 일어나지 않나요? 그런데 동시에 우리는 천천히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로봇도 이 두 가지를 모두 해야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이중 시스템 아키텍처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 시스템이 정말로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2024년부터 Figure AI와 NVIDIA는 VLA 모델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처음 본 물건들을 집어 들 수 있음을 시연했습니다. 훈련받지 않은 물체를 집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해하려면, 과거 로봇들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과거의 로봇은 "빨간 사과"만 집도록 프로그래밍되었다면, 주황색 사과는 못 집었습니다. 하지만 VLA 모델을 탑재한 로봇은 "사과 같은 동그란 과일"이라는 일반화된 개념을 학습하고 있어서, 처음 보는 귤이나 포도도 집을 수 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의미의 AI 로봇의 탄생인 이유입니다.
3. 실시간 제어와 피드백 루프 - 로봇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
로봇이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다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그것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는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매 순간마다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로봇의 팔이 컵을 집으려고 손을 뻗습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컵을 조금 옮겼습니다. 평범한 프로그래밍만으로는 로봇은 그냥 빈 공간을 집으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대의 똑똑한 로봇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카메라를 통해 컵의 새로운 위치를 감지하고, 즉각적으로 팔의 궤적을 조정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피드백 루프입니다.
피드백 루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면, 제어 이론을 약간 이해해야 합니다. 로봇의 중앙 컴퓨터는 지속적으로 센서 정보를 읽습니다. 카메라, 터치 센서, 위치 센서 등이 현재의 상태를 계속 보고합니다. 이 정보들이 AI 모델로 흘러들어 가고, 모델은 "지금 상황에서 최선의 다음 행동은 뭔가?"를 계산합니다. 그 결과가 액추에이터(로봇의 근육 역할을 하는 모터)에 명령으로 전달됩니다. 모터가 움직이면 다시 센서가 그 결과를 감지합니다. 이 과정이 얼마나 빠르게 일어나느냐가 로봇의 반응성을 결정합니다. 최신의 고급 로봇들은 이 루프를 초당 200~1,000번 반복합니다. 즉, 1초에 수백 번 세상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합니다. 우리 인간의 뇌는 이런 빈도에 도달하지 못합니다. 우리는 시각적 피드백을 초당 60~100번 정도 받지만, 이것도 대부분이 의식되지 않습니다. 로봇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모든 계산과 판단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납니다.
그런데 여기서 매우 흥미로운 기술적 도전이 있습니다. 바로 응답 지연(latency) 문제입니다. 인식에서부터 행동까지의 전 과정이 얼마나 빨리 일어나느냐가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가 보행자를 감지하고 제동 하기까지 100밀리 초가 걸린다면,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는 차는 2.7미터를 더 갑니다. 이는 생명에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최신 로봇 시스템들은 에지 AI(Edge AI)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로봇의 중앙 처리 장치에 AI 모델을 직접 탑재한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는 센서 데이터를 클라우드로 보내서 처리하고 다시 명령을 받았지만, 이제는 로봇이 자체적으로 생각합니다. 덕분에 응답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발견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로봇의 AI가 얼마나 똑똑한가만 생각하지만, 사실은 얼마나 빠른가 가 더 중요합니다. 아무리 완벽한 판단이어도 너무 늦으면 소용없습니다. 이를 깨달은 최신 연구팀들은 이중 시스템 아키텍처를 도입했습니다. 느리지만 정확한 "사고" 시스템과 빠르지만 반응적인 "행동" 시스템을 분리한 것입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로봇은 한편으로 상황을 깊이 있게 분석하면서도 동시에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지능형 로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도 이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순간순간 반사적으로 움직이면서도, 동시에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론: 기술을 이해하는 것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
지금까지 우리는 로봇공학에 적용되는 AI 기술의 깊은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센서 퓨전으로 시작하는 인식 단계, VLA 모델로 대표되는 통합 지능 시스템, 그리고 실시간 제어와 피드백 루프를 통한 적응 메커니즘까지 말입니다. 이 세 가지가 하나로 작동할 때,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신기한" 로봇들이 탄생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사실은 이 기술들이 결국 인간의 지능과 작동 원리를 모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5년을 기점으로 이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NVIDIA, Google, Figure AI 같은 선도 기업들은 매달 새로운 모델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간 15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트렌드가 아니라 산업 혁명 수준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제조업, 의료, 물류, 가정용까지 모든 분야에 로봇이 침투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가 보여주듯이, 기술 혁명은 일자리를 없애는 것보다는 바꾼다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개인적인 선택입니다. 당신은 이 변화를 두려워할 것인가, 아니면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인가?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미래는 명백히 다를 것입니다. 로봇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결국 인간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기회입니다. 로봇에게 지워진 센서 퓨전 작업은 우리가 의식하지 않으면서도 하고 있는 감각 통합입니다. VLA 모델의 엔드투엔드 학습은 우리가 어릴 때부터 해온 경험 학습입니다. 실시간 피드백 루프는 우리가 순간순간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입니다. 결국 로봇을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과정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기술을 두려워하지 말고 탐구하세요. 미래는 기술을 이해한 사람들에게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제공할 것입니다.